등록 : 2009.02.08 21:48
수정 : 2009.02.08 21:48
사설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공직 후보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일이 망라돼 있다. 장관은 고사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가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들 의혹을 모두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올바른 길이다.
먼저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잇따른다. 아버지가 대표이사로 있던 제주 ㅅ운수 땅을 2006년 3월 초 사들인 건 편법 증여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애초 ‘이전 증여받은 토지와 붙어 있는 땅이어서 가치를 올리려고 매입했다’고 했다가 ‘회사 쪽에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 사달라고 했다’고 말을 바꿨다. 매매 직후 아버지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선 ‘실제 회사 재산과 영업권은 2월 중순께 넘어갔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는 0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집을 팔면서 실거래가를 거짓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의혹도 받고 있다. 03년 2월 현 후보자 부부가 구입한 서초구 양재동 상가와 서초동 아파트의 자금출처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그가 같은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실거나 자기표절한 ‘연구업적 부풀리기’ 의혹도 여러 건이다. 그는 안식년을 맞아 가족 모두 미국에 있던 01년 12월 이중국적자인 자녀들을 서초동 아파트에 전입시키면서 임차인을 자녀 친척으로 거짓 기재했다. 그는 05~08년 적십자회비를 내지 않다가 올해에야 3만원을 납부했고, 부인은 07년 8월부터 월 200만원씩 상가 임대료 수입을 얻었으나 08년 11월까지 국민연금을 내지 않았다. 그가 02년 이후 12차례 교통위반을 저지른 일도 사소해 보이지 않는다.
더 문제가 되는 건 그의 반통일·대북강경 소신이다. 그는 02년 글에서 ‘통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식의 주장을 했으며, 신문 칼럼을 통해 ‘북한을 주적으로 당당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했다. 07년 말 인터뷰에서는 ‘개성공단을 확대해도 정부 부담만 커진다’며 기존 남북관계를 모두 부정하는 시각을 보였다. 그가 주도적으로 입안한 비핵·개방 3000 정책은 이미 비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있을 때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이었으나 지난해 세 차례 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그는 또한 안보·국제정치 연구자일 뿐 남북관계 전문가가 아니다.
통일부 장관은 헌법 정신에 따라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책임을 진다. 명확한 통일의지와 역량, 고위 공직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겸비해야 하지만 현 후보자는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잖아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지금,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통일부 장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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