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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0 21:33 수정 : 2009.02.10 21:33

사설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어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용산 참사에서 무모한 진압을 진두지휘해, 결국 철거민과 경찰을 합쳐 여섯 사람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러나는 게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낼 일은 결코 아니다.

그는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사퇴하면서도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강변하는 등, 이번 참극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권력이 절대로 불법 앞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는 조직 안팎의 요구”를 거론했다. 제2, 3의 용산도 불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반성해야 할 경찰의 모습도 아니다.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참사를 빚은 김 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 따위 법적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그런 이들이 지금처럼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더한 참극과 불행이 이어질 수 있다.

이 정부가 김 청장을 사퇴시킨 데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도 있을 것이다. 그는 ‘경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그제 검찰 수사결과 발표 바로 다음날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로써 정국이 전환됐다며, 미뤄뒀던 ‘엠비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할 태세라고 한다. 참극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미리 짠 각본처럼 책임자 사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어설픈 셈법이 그대로 통하리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말처럼, 경찰에 책임이 없다는 검찰 수사의 결론은 국민을 전혀 이해시킬 수 없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정부 주장에도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를 전제로 밀어붙이기식 강경통치를 계속한다면, ‘모래 위 집’처럼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용산 참사는 근본적으로 공권력이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행사된 데서 비롯됐다. 검찰 수사가 그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으니,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한 재수사는 불가피하다. 또, 개발 논리만 앞세운 겨울철 졸속 철거나 ‘법과 원칙’을 앞세운 조기 과잉진압은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용산 참사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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