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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0 21:35 수정 : 2009.02.10 21:35

사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비비케이(BBK) 의혹 방어를 책임졌던 은진수 변호사가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내정됐다. 정부는 은씨의 기용을 ‘법조계 몫’이라고 정당화하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논리다. 은씨는 검사 출신으로,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고 한나라당 대변인까지 지냈던 정치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노 전대통령의 대선 특보나 청와대 경제보좌관 출신 인사를 감사위원에 임명한 적이 있지만, 정치적 색깔이나 편향성에서 은씨는 이들보다 몇 배나 더 심하다. 더구나 지난 정권에서 감사원의 권력 예속을 누구보다 큰소리로 비난했던 게 현정권이다. 신악이 구악을 능가한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 같다.

감사원에선 지난해 10월 감사위원 6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번 인사는 그 결과물인 셈인데, 김황식 감사원장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벌써 잊어버린 듯하다.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둔 건, 누구의 간섭과 영향도 받지 말고 엄정하게 행정부 불법·비리를 감시하라는 뜻이다. 그런 감사원이 노무현 정부에서 쌀 직불금을 감사하고도 그대로 덮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를 받았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감사원 내부에서 ‘권력에 줄을 댄 인사들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자, 감사위원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잘 알기에 많은 국민은 이번 인사가,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은진수씨의 감사위원 내정은 이런 기대를 뿌리째 짓밟은 것이다. 대통령의 방패로 일했던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고도 감사원이 청와대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감사를 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 크다. 대선 때 공을 세운 이에게 자리를 챙겨주고 감사원을 계속 대통령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그릇된 욕심 탓이 크다. 그러나 김황식 감사원장의 무소신과 해바라기성 기질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정권의 요구가 거셌다고 해도 김 원장이 감사원 독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은씨와 같은 인물을 대통령에게 제청하진 않았을 것이다. 김 원장은 감사원 위상을 새로 세울 기회를 저버렸다는 평가에서 내내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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