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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2 20:23 수정 : 2009.02.12 20:23

사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엊그제 주요 대학의 무질서한 입시 방안에 대해 개입할 뜻을 밝혔다. 사회에 혼란을 줄 정도로 파장이 큰 만큼 정부로서는 책임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입 자율화 정책을 공개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부작용이지만, 늦게라도 깨달은 게 다행이다.

역대 정부가 가장 신경 쓴 고등교육 정책은 불행하게도 입시였다. 정부는 온갖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설득과 압력을 가했음에도, 대학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점수 위주 선발과 대학 서열화를 유지하려 했다. 경쟁 지상주의를 앞세운 보수 언론들은 큰 원군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정작 중요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대학 경쟁력은 바닥 수준에서 맴돌았다. 사회적으로는 공교육이 붕괴하고 사교육이 팽창했으며, 급증하는 사교육비는 가계를 위협했고, 극단적인 교육의 양극화를 불렀다.

그러나 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입 자율화라는 구호 아래 관련 정책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넘기고, 그 수뇌부를 교육시장 주의자로 채웠다. 그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고려대는 2009년 수시전형에서 특목고 출신들을 우대하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 연세대 성균관대 등 이른바 주요 사립대는 2012년부터 본고사형 대학별 고사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고려대의 수험생 기만과 전형료 챙기기는 사회적 공분을 불렀다. 그러나 조정기구인 대교협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정부마저 수수방관 하다가는 민심 이반으로 정권의 위기마저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방침은, 문제의 뿌리인 대입 자율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한 한계가 분명하다. 애초 정부는 대입 자율화의 목적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점수 위주 선발 대신 재능과 잠재력 위주의 선발로,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며,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서열화에 안주해 온 우리 대학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기 잡으러 산에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자율화 정책을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땜질해선 안 된다. 자율화는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에 투철한 방향으로 대학이 거듭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입안자인 이주호 차관부터 깊이 각성하고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추진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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