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2.13 20:32 수정 : 2009.02.13 20:32

사설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려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발사된다면 2006년 7월의 경우처럼 유엔의 제재를 포함해 관련국들의 직접 대응이 잇따를 것이다. 한국·미국 등 관련국 정부는 북한에 도발적 행위를 하지 말라고 벌써 여러 차례 경고한 상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주된 의도는 버락 오바마 미국 새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 몸값을 높이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이란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과 비슷한 이유다. 특히 북한은 1998년과 06년 대포동 1·2호 미사일을 발사해 결국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미사일 발사 준비는 또한 남북 사이 정치·군사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지난달 말 조평통 성명을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사일 카드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는 북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과 포괄적 협상을 하는 쪽으로 대북 정책을 재검토중인 오바마 행정부 안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국 협상파의 설자리가 좁아질 경우 북-미 직접 협상은 아주 어려워진다. 다른 6자 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세계 어느 나라도 미사일 발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 고립 속에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그제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은 체제 생존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능력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핵무기 용도를 공격용이 아닌 체제 안보용으로 규정한 사실상 첫 공식 평가다. 이런 태도는 북한이 우려하는 체제 위협을 해소하고 경제지원을 함으로써 핵 폐기를 얻어낼 수 있다는 포괄 협상의 전제와 일치한다. 북한 쪽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북핵 특사로 확실시되는 것도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한 좋은 신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는 이미 충분하게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다시 오기 어려운 포괄 협상의 큰 흐름을 깨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