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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3 20:35 수정 : 2009.02.13 20:37

사설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어제 관객 4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 <우리 학교>(10만), 외국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 <원스>(20만)보다 네 배 혹은 두 배 많은 관객이다. 일곱 곳으로 시작한 스크린도 이제 128곳으로 늘었다. 앞으로 100만 관객은 너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의 상업영화가 죽을 쑤는 상황에서, 저예산 예술영화가 보인 이런 성취는 한국 영화의 가능성과 함께 나아갈 길을 시사한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이런 성공은 <워낭소리>로 끝날지 모른다는 소리가 절박하게 들린다. 엊그제 대표적인 독립영화 감독 다섯 사람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위기감을 토로했다. 다양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미약했던 지원 프로그램마저 올해부터 대폭 사라지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사실 <워낭소리>가 스크린 일곱 곳에서 개봉될 수 있었던 것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독립영화 개봉지원 제도(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지난해 말로 사라졌다. 최근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받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개봉이 무산될 뻔했다.

개봉 지원 외에 제작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축소되거나 독립영화에 혜택이 돌아가기 힘들게 바뀌었다. 영진위는 장편의 경우 상업영화와 경쟁하도록 했고, 장편 다큐멘터리 역시 방송사나 충무로 주류 제작사와 맞대결하도록 했다. 아이와 어른을 맞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작과 배급 양쪽에서 지원 제도가 사라지면 독립영화가 설 곳은 사실상 없어진다. 어렵사리 제작한다고 해도 멀티플렉스 극장은 열이면 열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들의 관심은 영화에 들인 제작비와 마케팅비일 뿐, 작품의 예술성이나 영화적 다양성은 관심 밖이다.

독립영화는 영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다. 그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 영화는 저급한 할리우드 영화의 아류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아울러 독립영화는 작가정신으로 무장한 감독 연출자들의 산실이며, 새로운 영화 탄생의 모태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에 참신한 인재와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는 수원지인 것이다. 그런 독립영화를 어떤 미련한 기관이 죽이려 들까. 시행착오는 바로잡고, 더 효율적인 지원 제도를 개발해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의 수원지 구실을 다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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