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5 21:10
수정 : 2009.02.15 21:10
사설
“용산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청와대의 홍보지침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희대의 살인 사건을 이용해 용산 참사를 덮으려는 발상이나 시도부터 한심하지만, 홍보지침이 드러난 뒤에 청와대가 보여준 태도와 사후 대처 과정은 더 문제다.
민주당이 홍보지침의 존재를 처음 폭로했을 때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경찰도 청와대와 말을 맞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야당이 이메일 원본을 입수하는 등 추가 압박을 가하자, 청와대는 지난 13일 마지못해 메일을 보낸 사실은 시인했다. 문제가 터지고 난 뒤 사흘 만이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민을 상대로 버젓이 거짓말을 하려 드는가. 더구나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이성호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에게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만일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와대의 뒤늦은 해명 역시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홍보지침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중요한 사실 관계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민감한 내용에 해당하는 홍보지침이 상부 보고나 추인 없이 행정관 개인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발송됐다는 부분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가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하는 곳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메일 양식이나 보낸 날짜에 관한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행정관이 청와대 메일을 사용했다는데 경찰 쪽은 웹메일인 ‘다음 메일’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나 경찰청이나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 메일은 사용하지 않는다. 뭔가 아직도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메일을 보낸 날짜도 알려진 지난 3일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주장이 있으며, 메일이 경찰청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에도 전달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기는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시피 하고 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착각이다. 청와대가 진실을 감춘 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국정조사를 하거나 검찰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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