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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5 21:13 수정 : 2009.02.15 21:13

사설

지난주 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한국은행을 찾아가 이성태 한은 총재를 만났다. 매우 드문 일이다. 회동 뒤 “한은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발표한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은법 개정을 놓고 두 기관이 몇 차례 ‘혈전’을 벌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 두 기관이 이번에 한은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물가 안정에 역점을 두어 왔다. 한은법에도 정부와 협의하여 물가 안정 목표를 정한 뒤 이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는 1998년 한은법 개정 때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대신 그 역할을 물가 안정에 치중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을 위축시켰다. 금융감독원을 신설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한은의 검사권 등을 없앤 게 대표적이다.

중앙은행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최종 대부자 구실을 하게 돼 있다. 이런 구실을 하자면 평상시에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조사·감독권이 지극히 제한돼 있어 그런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일치를 해소해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에도 적극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한은법 개정의 핵심이다.

한국은행이 관할하는 금융기관의 범위도 이번 기회에 확대해야 한다. 현행 한은법에는 한국은행이 관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은행과 농·수협 신용부문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증권·보험사나 상호저축은행 등의 경영 상태는 아예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다. 금융 통합이 가속화한 지금의 금융시장에선 적절하지 않은 제한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루자면 한은이 모든 금융기관을 종합적으로 조사·감독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한은법 개정에 공감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의심하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재정부가 겉으로만 한은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 기관이 영역 다툼을 위해 ‘빈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폭넓은 논의와 조율을 통해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에 충분한 구실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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