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6 20:57
수정 : 2009.02.16 20:59
사설
학업성취도 평가 일제고사 결과가 어제 공개됐다. 예상했던 대로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특히 주목되는 건 빈곤층 밀집 지역과 부유층 밀집 지역 사이의 현격한 격차였다. 진학할수록 중요해지는 영어와 수학 등 핵심과목의 학력 격차는 상급 학교로 갈수록 더 커졌다. 영어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서울 강남)과 가장 낮은 지역의 격차는 초등 6년생은 45.1%포인트, 중3년생은 50.2%포인트나 됐다. 같은 나라의 학교라고 하기가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시·도 혹은 교육청별 격차가 공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그로 비롯된 사회적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기대어 마치 획기적 자료나 확보된 것처럼 호들갑 떨고, 일제고사와 그 결과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자료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됐다. 그동안 해 온 학업성취도 표집조사로도 격차의 실상은 알 수 있었고, 구체성을 높이려 한다면 표본만 늘리면 될 뿐이었다. 연구에 한정되긴 하지만 수학능력 시험 점수도 활용할 수 있다. 고교등급제 등에 악용되기 십상이어서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결과 공개와 정책 수립은 무관하다.
정부는 또 마치 학력 격차가 교장의 지도력, 교사의 헌신성에 좌우되는 것처럼 조사 결과를 비틀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요 과목 학력 격차의 주요인은 빈곤·부유층 밀집도였다. 결국 학력 격차는 사교육 격차나 마찬가지였다. 학교장 등 교직원 변수는 그 다음이다. 정부는 학교간 경쟁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겠지만,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빈곤층 학생 지원책인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학교를 오로지 지필고사 점수 올리기에 전념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학업성취도 향상에 따라 교육청별 재정지원을 차별하겠다고 했다. 이제 교육감은 학교장들에게, 학교장은 교사들에게 일제고사 준비에 매달리도록 채근할 것이다. 특기·적성 및 창의력 계발이나 전인교육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이 정부가 모방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교육 당국이, 일제고사 형식의 평가와 그 결과 공개를 포기하거나 개혁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확보된 자료는 빈곤층 지원에 활용하되, 일제고사는 이번으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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