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7 20:37
수정 : 2009.02.17 20:37
사설
엊그제 공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놓고 서울·인천·경기 교육청이 요란스럽다. 그동안 학교교육 정책을 선도한다며 시끄럽게 선전했는데, 전국 시·도에서 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서둘러 내놓은 대책이란 게, 교사와 학생을 더 볶고 더 쥐어짜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들 지역에 학력 미달자가 많으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세 지역의 교육정책은 학교 사이, 학생 사이 경쟁교육 강화라는 점에서 일치했다. 우열반 편성, 수준별 학습 등을 공공연히 추진했다. 앞선 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처진 학생은 외면했다.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외국어고나 과학고, 국제중 등 특수목적 학교와 자립형 사립고 등 귀족학교를 무작정 설립했다. 특목고에는 예산 등에서 편중 지원했고, 일반 학교는 소외시켰다. 교육적으로 소외된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교육 책임자들은 대책 운운하기 전에 먼저 반성부터 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터무니없게도 평준화 정책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기존의 경쟁교육을 더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고육책이긴 하겠지만, 그 결과 학교 교육은 더 황폐화되리라는 점에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대책의 뼈대는 교장·교감·교사에게 인사와 성과급에서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고, 일제고사 형태의 평가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들을 시험지옥으로 밀어넣을 셈이다.
학생을 정책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아선 안 된다.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너무나 크고 광범위하게 미친다. 대책을 세우려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결과만 덜렁 던져주는 일제고사로는 학력 격차의 원인, 학력 미달 학생이 많고 적은 이유 등을 알 수 없다. 학력 수준의 실상과 그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에 관한 정보도 확보할 수 없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해 온 표집조사를 조금만 개선하면 된다.
올해부터라도 개선된 표집조사로 문제의 배경과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엉터리 대책으로 학교교육과 아이들을 괴롭히고 죽여선 안 된다. 특히 공정택 교육감처럼 평준화 탓이니 전교조 탓이니, 해괴한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면 제대로 된 대책은 영영 불가능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