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7 20:39
수정 : 2009.02.17 20:39
사설
<동아일보>가 어제치 1면에, 월간 <신동아>에 기고했다는 미네르바가 가짜라고 시인하는 사과문을 실었다. 검찰에 구속된 박아무개씨가 아니라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했던 케이(K)씨가 애초 발언을 번복했다는 것이 동아일보사의 공식 설명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을 생명처럼 삼아야 할 언론이 이런 거짓보도를 하고서도 몇 달이 지나서야 사과를 했다는 자체가 충격이다. 언론의 신뢰를 말하기도 부끄러울 터다. 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무엇보다 신동아의 책임부터 가려야 한다.
동아일보사 설명대로 신동아가 취재원에 속아 ‘오보’를 한 것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실한 취재와 검증이 있어야 했다. 법적으로도 오보는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으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책임을 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신동아는 두 달 넘게 케이씨가 미네르바인지 검증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리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바로 얼마 전까지 되레 엉뚱한 근거를 들이대며 대대적으로 같은 주장을 폈다. 그런 보도에 대해선,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으로도 드러날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나아가, 신동아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박씨의 검찰 진술까지 있었으니, 신동아가 진작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와서 ‘속았다’고 하는 동아일보사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일부에선 처음부터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조작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책임의 무게도 달라진다.
동아일보사는 그런 점 때문에라도 스스로 잘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몇몇 신문이 오보와 조작 등의 잘못을 얼렁뚱땅 뭉개려 한 게 한두 차례가 아니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언론 행태에 대한 불신이 극에 이른 때다. 사과를 하고 진상조사위를 꾸리는 시늉으로는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랬다가는 더 큰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이번 일의 경위는 물론, 그동안 언론 윤리와 정도를 벗어난 보도행태 탓에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성찰을 하는 게 마땅하다.
이로써 미네르바의 진위 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글을 처벌하겠다고 하는 게 결코 옳은 일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번 소동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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