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8 19:47
수정 : 2009.02.18 19:47
사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공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지역 편중이라거나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줄기차게 비판했다. 그 이전 수십 년에 걸친 지나친 영남 독식 현상을 어느 정도 바로잡도록 하자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정권 쪽 해명이 있기는 했지만, 대통령 출신 지역의 인사나 측근들이 요직에 대거 등용됐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비판은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덕분인지 두 정권 때는 형식적이나마 지역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됐다. 김대중 정부 때는 주요 공직자 가운데 호남 출신이 22%, 영남 출신이 28%를 차지하는 등 지역별 인구 비율에 가깝게 인사를 단행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코드 논란은 5년 내내 계속됐지만, 노골적인 지역 편차는 심하지 않았다. 주요 요직도 검찰총장이 호남 출신이면 법무장관은 영남 출신으로 배치하는 등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이러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는 듯하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명박 정부 1년에 즈음해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주요 공공기관장과 감사 등 322명의 고위직 인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영남 출신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42명(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호남은 44명(13.9%), 충청은 45명(14.2%)에 그쳤다. 국가정보원장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 사정기관은 아예 영남 일색이다. 청와대 인사라인도 영남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영남 출신이 많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편중됐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
그뿐만 아니다. 여성은 고위직 322명 가운데 8명에 불과하다. 사법시험에서 여성 비율이 40% 가까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이 대통령이 졸업한 특정 대학과 시장을 지낸 서울시청 출신들의 요직 진출도 두드러진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지역 대립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만 챙기면서 국민 통합을 이룰 수는 없다. 이전 정권을 엄하게 비판하던 그때의 마음가짐과 잣대로 되돌아가기 바란다. 그래야 사회가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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