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9 21:29
수정 : 2009.02.19 21:29
사설
‘임실 초등학교 수준미달 학생 0명!’
그건 기적이 아니라 조작이었다. 그걸 두고 이 정부와 수구 언론은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사들의 헌신이 빚은 기적이라며 경쟁 지상주의 교육을 찬양했다. 조작과 변칙을 조장하게 될, 성적 우수학교 인센티브제도 함께 발표했다. 학교 교육을 막장으로 밀어넣을 셈이었다.
그들은 임실만의 예외적 사례로 믿고 싶어한다. 사실 교육장과 학교장은 물론 교사 자신까지 연루되는 일이어서 쉽게 드러나지 않을 테니 기대를 걸 법도 하다. 그러나 이미 몇몇 지역에선 조직적인 채점 부정 의혹이 전해지고 있다. 시험·채점·통계에 이르기까지, 일제고사 전체 과정에서 나타난 반교육적 행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성적 나쁜 학생은 시험 기회도 주지 않고, 시험 중 부정을 방조하고, 채점도 멋대로 했다. 주관식엔 채점 기준도 명확지 않았다. 일부 시·도에선 성적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조작과 변칙보다 우리를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이 정권의 터무니없는 오만이었다.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평가와 결과 공개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무수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평가 결과를 인사·재정 지원과 연계하겠다고 한술 더 떴다. 일선 교육청이나 학교로 하여금 변칙과 조작을 하도록 등을 떠민 셈이었다. 게다가 일제고사의 문제를 지적하며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 교사에게는 해임·파면으로 철퇴를 가했다. 좌파 교육 망국론 등의 이념공세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가 시스템을 개편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개편 혹은 보완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일제고사의 원천인 경쟁 지상주의 교육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울러 학교를 ‘야바위판’으로 만든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거기엔 학교와 시장을 구별도 못하는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물론, 교육자 정신에 투철한 교사들을 교단에서 내쫓은 교육감들도 포함돼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런 실수는 되풀이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일제고사와 결과 공개는 이번으로 끝내자. 무지한 정권의 자존심, 수구 언론과 사교육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칠 순 없다. 나라의 근본을 사기와 협잡과 요행 위에 세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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