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9 21:31
수정 : 2009.02.19 21:41
사설
법원이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싣지 말기 운동을 이끈 누리꾼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검찰의 기소 취지는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 이번 사건에 대해선, 뚜렷한 처벌 근거가 없는데도 비판 여론을 억누르려 벌인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 문제가 여전한데도 법원이 어중간하게 검찰의 억지에 동조한 꼴이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사건 자체에 대한 잘못된 판단도 문제지만, 장차 다른 사건에 적용될 경우의 악영향이 더욱 걱정스럽다. 광고 불매운동에 대해, 검찰의 법적 주장은 처음부터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현행법의 근거가 없다 보니 미국 사례를 내세웠지만, 그조차 엉뚱한 것이었다. 검찰 주장과 달리,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의 2차 불매운동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공판 과정에선 광고주 쪽이 “불매운동 때문에 피해를 본 게 없다”고 밝히는 등 제대로 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니, 누리꾼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목적을 법원이 용인한 게 된다.
법원은 그러면서 ‘정당한 소비자운동은 보호돼야 하지만, 위력을 과시하는 운동은 안 된다’는 취지의 이유를 댔다. 법원이나 검찰이 허용하는 소비자운동만 인정하겠다는 셈이다. 업주가 위력이라고 느끼면 불법일 수 있다는 것이니, 소비자운동이 설자리가 없어진다. 소비자운동을 보장한 헌법 규정(제124조)과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을 적법하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어긋난다.
또, ‘위력’ 과시가 불법이라는 판결 논리대로라면, 아무런 불법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은 여러 사람의 모임이나 주장까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이 인터넷 카페 운영과 활동까지 업무방해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한 것도 억지스럽다. 업무방해의 공모관계가 구체적이지 않은데도 이런 식의 처벌을 강행한다면,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곧,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실질적인 침해다.
한 누리꾼은 최후 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오랜 시간 뒤 역사라는 이름의 배심원이 다시 한 번 판결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이번 판결은 그 역사의 법정에 서기엔 참으로 부끄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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