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9 21:32
수정 : 2009.02.19 21:32
사설
정부가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자산관리공사에 기금을 설치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해 기금의 재원을 조성하고 자산관리공사의 자본금도 늘린다.
앞서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해 은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과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구조조정 펀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에 구조조정 기금을 만들면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장치는 거의 다 동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제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기업과 금융의 동반부실로 속병은 깊어지는데도 손을 못 대고 있는 게 지금의 답답한 상황이다. 거래 기업을 퇴출시키면 금융기관도 부실이 현재화돼 피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돈을 풀어도 혈맥이 꾹꾹 막혀 멀쩡한 기업까지 쓰러질 판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구조조정 기금 재원은 정부 보증채 발행 방식으로 마련될 예정이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공적자금이 부활하게 됐다. 당시 쓰라린 경험을 하고도 다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그렇지만 문제가 터진 뒤 그때 가서 공적자금을 이야기하면 늦다. 부실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기금 규모는 부실 정도를 면밀히 파악한 뒤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충분조건이며 필요조건은 정부의 의지와 일관성·투명성이다. 지난달 마무리된 1차 건설·조선업종 구조조정에서 보듯 금융기관 자율에 맡긴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개별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미시적 시각과 정부 당국이 보는 거시적 시각의 괴리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개별 기관들은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정부가 채권단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힐 각오를 해야 한다. 어렵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10년 전에 충분히 경험했다. 금융기관 또한 혈세를 지원받는 만큼 자구노력과 함께 옥석 가리기에 적극 나설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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