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2 20:46
수정 : 2009.02.22 20:46
사설
시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는 외침, 검은 연기와 뜨거운 불길, 옥상에서 부르짖던 이웃들의 눈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원혼은 잠들지 못하고 유가족들은 찬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엊그제 유족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강제철거와 살인진압으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으나 지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검찰의 편파·왜곡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고, 유가족의 가슴은 하루하루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유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도 천막 분향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살인진압 책임자 무죄, 살인진압 희생자 유죄’라는 짜맞추기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용산 참사는 안전대책 없이 밀어붙이고 대테러 요원인 특공대원을 투입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경찰이 규정에 맞게 인명 보호를 위한 주의를 다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 책임은 묻지 않고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을 포함해 여섯 명의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만 구속했으니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생존권 문제에 대해선 아예 귀를 닫았다. 망루의 화재를 참사의 원인으로 결론내렸지만 정작 화염병을 누가 던졌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는 ‘법질서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한 경찰의 야만에 기만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 뒤로도 희생자와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이 계속됐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날조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해 왔다. 엊그제는 추모행사가 원천봉쇄된 가운데 몸싸움으로 영정이 내동댕이쳐져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부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용산 참사는 이 정권의 가장 큰 오점으로서, 어떤 공권력과 여론조작으로도 흐리거나 지울 수 없다.
우리는 고 김수환 추기경을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벗이었기에 한마음으로 애도했다. 김 추기경이 가장 가슴 아파 할 일에 대해서 외면하는 것은 고인의 뜻에 어긋난다. 용산의 해원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가족 앞에 사죄하고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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