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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2 20:47 수정 : 2009.02.22 20:47

사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대중음악상에 대해, 사실상 내정했던 후원을 거부했다고 한다. 시상식은 무기한 연기됐고, 상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원은커녕 산통을 깬 셈이다.

이 상은 2004년 대중음악평론가·교수·피디 등이 우리 대중음악을 수렁에서 건지기 위한 작은 시도로 제정했다. 방송사들이 제정한 기존의 음악상은 인기 위주의 엔터테이너 경연대회로 변질했거나, 자사 홍보 행사로 전락한 터였다. 상의 본래 기능인 사회적 인정과 보상을 통해 창작 의욕과 예술성 계발을 진작하는 것과 무관했다. 이에 비해 한국 대중음악상은 작품성이 좋은 음악, 음악성이 훌륭한 뮤지션을 선발하는 데 노력해 왔고, 그 결과 대안적 음악상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문화부가 2006년부터 3000만~5000만원씩 후원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올해도 주최 쪽은 지난해 12월부터 문화부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시상에 필요한 장소 대관, 트로피 제작 등을 마쳤다. 누리꾼들이 뽑는 올해의 음악인 선정 작업에도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갑자기 후원 신청이 늦었다느니, 사업예산이 부족하다느니 핑계를 대며 후원을 거부한 것이다. 민간 시상식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는 충고까지 했다.

그러나 할 말이 아니었다. 문화부는 불과 2주 전 대중음악 진흥책을 발표했다. 그때 가장 강조한 것은 한국판 그래미상과도 같은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 제정이었다. 이 상 제정과 케이-팝 차트 신설, 대중문화의 전당 건축 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2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이 없는 것도, 협의가 늦었던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민간 시상식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물론 정부가 민간의 시상에 개입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러나 후원도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판 그래미상이 등장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지원은 하되 내용에는 간섭 않는, 한국 대중음악상 지원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 상의 선정위원 면면이나 성향이 못마땅했을 수 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인디, 언더음악의 경향성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성은 문화의 생명이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것만 지원한다면, 문화적 다양성은 죽어버린다. 옹졸한 결정을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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