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2 20:49
수정 : 2009.02.22 20:49
사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외교무대로 선정한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를 두루 방문한 이번 순방을 ‘듣는 여행’이었다고 규정했다. 오바마 새 행정부가 미국의 주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새로운 다자협력적 외교질서를 구축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함축한 발언이다.
실제로 클린턴은 이번 순방에서 순방국들을 불편하게 할 쟁점을 꺼내 들지 않았고 새 정부에 대한 순방국들의 우려를 씻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인권문제다. 그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책당국자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일부 인권단체 대표들을 면담했다. 베이징 여성대회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강력히 비판했던 전력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그의 순방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치켜세우며 세계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에 미국과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우려를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 일본은 첫 기착지로 선택함으로써, 또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움직임에 분명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우려를 불식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도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에 대해 거듭 경고했지만 미국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힘으로써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낼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자신의 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갖고, 의전에 얽매이지 않으며 상대국 대중과 접촉면을 넓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미국 일방주의에 등을 돌렸던 국외의 민심을 돌려놓으려는 노력이다. 그 결과 클린턴 외교는 일단 긍정적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이를 제쳐두고 공통점을 넓혀 가는 노력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올해 천안문 사태 20돌을 맞는다. 인권문제가 다시 미-중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북문제 역시 한·일 현정부와 미국의 시각에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만들어내는 데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중·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새 정부 등장을 계기로 아시아의 새로운 다자협력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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