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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3 20:37 수정 : 2009.02.23 20:38

사설

오만 버리고 국정기조 바꿔야
20년 전으로 퇴보한 민주주의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첫돌을 맞는다. 이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포했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1년은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와 역주행으로 점철됐다. 국민의 피땀으로 성취했던 민주주의는 20년 전으로 후퇴했다. 민주주의 한 축을 이루는 언론 분야가 단적인 사례다. 이 정권은 집권 초부터 감사원과 검찰까지 동원해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사장을 쫓아냈으며, 대통령 선거운동을 도왔던 심복을 민간방송 <와이티엔> 사장에 앉혔다. 최근에는 재벌과 족벌신문이 방송까지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미디어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촛불시위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짓밟힌 뒤 각종 집회나 시위가 원천 봉쇄되기 일쑤이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였던 누리꾼들의 구속과 처벌에서 보듯 인터넷 공간 재갈 물리기도 성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속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이뤄지고, 공공기관장의 임기제는 무시된 지 오래다. 또, 일제고사 도입 등을 통한 시장주의 교육 정책, 역사 교과서 개악 등도 “민주화 결실”과는 거꾸로 가는 길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일자리 축소와 수출 감소 등 현재 부닥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영향 탓도 있긴 하지만, 부자 감세와 고환율 정책 등 잘못된 경제정책 탓이 크다. 4대강 정비사업과 녹색성장 등을 위기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처방에만 급급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보다는 경제체질 약화 등 부작용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중단과 당국 사이 대화 단절에 그치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1년의 성적은 30%대 초반에 불과한 대통령 지지율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년 때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 정부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 촛불 정국 때의 10%대 지지율에 비하면 상당히 오른 것이라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런지 국정운영 방향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국정 보좌를 잘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측근 인사들을 지난번 개각 때 전원 복귀시키기까지 했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가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국정 책임자로서 매우 무책임하고 오만한 태도다. 30%대 지지율은 내각제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수준이다. 더구나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33%가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찍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지지자 셋 중 이미 한 명이 이탈한 셈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한테는 아직 4년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새출발하면 역사 앞에 약속했던 ‘국민 성공시대’를 열 수 있다. 왜 실패가 분명한 길을 고집하는가. 선진화로 가는 첫걸음은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를 펴야 현재의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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