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5 20:38
수정 : 2009.02.25 23:32
사설
정부·여당이 결국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방송법을 포함한 22개 언론 관계법을 기습 상정한 것이다. 야당의 전면투쟁 선언에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즉각 전면 총파업 돌입으로 정국은 다시 언론 관계법을 둘러싼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법안상정이 합의를 위한 첫 단계인데 야당이 이를 막는 것은 1월6일 합의의 위반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지난 1월 입법투쟁에서 언론 관계법 처리가 무산된 후 여야는 충분히 논의해 합의처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제대로 된 논의는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렇게 논의가 부진한 가운데 절대다수의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했고, 우파 시민단체들조차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언론 관계법이 그들 말대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런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순리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국민의 요구에 귀를 막았다. 대신 기습상정과 밀어붙이기를 위한 치밀한 준비를 했다.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검토 뜻을 밝힌 우파 단체에 그 뜻을 거두라고 압력을 넣는 한편, 언론 관계법을 일자리 창출법이라고 호도하는 광고 공세를 퍼부어대며 국민을 오도하기에 혈안이 됐다. 그럼에도 국민의 70%가량이 법안에 반대하는 등 반대 여론은 완고하다.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룰 조건이 전혀 익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태임에도 정부·여당이 사회적 대충돌을 무릅쓰고 언론 관계법을 직권상정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등장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재벌방송과 조·중·동 방송을 출현시켜 비판 언론을 잠재우고 모든 방송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계산이 통할 정도로 우리 국민이 우둔하지 않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국민과 제대로 된 소통을 시작해도 쉽지 않을 집권 2년차를 국민의 소리에 귀 막고 밀어붙이기로 다시 여는 정권의 앞날이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이 이 법안 통과를 위해 더 무리수를 쓴다면 그 참담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정부·여당에 돌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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