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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6 20:19 수정 : 2009.02.26 22:38

사설

방송법 기습상정 파문의 뒤엔 ‘대통령의 형’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그제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회의에서 “방송법은 이번에 가야(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비공식 권력’이니 ‘만사형통’(萬事‘兄’通)이니 하는 말이 있었지만, 이젠 아예 당의 전면에 나서 국회 대책까지 총지휘하는 모양새다.

5선 중진 의원이니 그런 몫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대통령의 형’으로 보지 말고, ‘정치인 이상득’으로 봐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받아들이질 않는다. 당내에서도 ‘조용한 중진’으로 통했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절대적인 힘이 실리는 건, 그의 동생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물러난 한상률 국세청장이 경북까지 내려가 이 의원의 포항 친구들과 골프를 친 일은, 그에게 쏠리는 권력의 구심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기 초엔 그나마 안팎의 비난에 몰려 활동을 조심하던 그가 요즘엔 아예 공개적으로 정권의 조타수를 자임하고 나선 듯하다. 사분오열된 이명박계를 하나로 묶으려 애쓰고, 토라진 박근혜계를 달래려 동분서주한다. 활동을 자제할 때도 인사·정보가 온통 그에게 쏠렸는데, 앞으로 권력 집중이 얼마나 심해질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의원으로선 국정 난맥을 보이는 상황이 안타까워 직접 나설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그가 부산에서 권철현 주일대사의 교회 장로 임직식에 참석한 건 국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잘 드러낸다. 주요국 대사가 극히 사적인 일로 귀국했는데, 그걸 꾸짖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자리에 가서 축하해 준 사람이 ‘대통령의 형’이다. 공적인 임무보다 정치적 유대와 이해를 앞세우는 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그가 국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때 나라가 어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의원은 국정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 진정 나라를 생각하고 동생을 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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