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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7 19:43 수정 : 2009.02.27 19:43

사설

한나라당이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해 주요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특히 직권상정 대상 법안에 미디어 관련법까지 포함하겠다는 방침 아래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기 환상과 자기 도취에 젖어 자리에 연연”한다며 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친이명박계 주류 의원들은 심지어 탄핵 추진이니 다음 총선 때 공천 배제니 하면서 협박하고 있다. 제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고 국민 대표기관의 수장을 마구 흔드는 모습이 뒷골목의 주먹패거리를 보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의장을 비난하기 전에 그가 오죽하면 ‘친정’의 요구를 외면하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직권상정은 국회의원한테서 입법권을 사실상 뺏앗는 일이다. 안건을 본회의로 바로 가져가는 직권상정은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법안을 심의하는 입법의 핵심을 무력화하는 조처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민주적인 특성 때문에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도 밝혀졌듯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아예 직권상정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 따라서 국민 다수의 요구가 있다든지 하는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의장들도 자신의 재임 동안 많아야 한두 건의 법안만 직권상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연말 80여건에 이어 이번에도 수십 건의 법안을 직권상정 목록에 올리는 등 직권상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려 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법안들은 국민의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은 국민의 70% 정도가 반대하고 있으며, 여당 안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많다. 또, 이들 법안은 상임위에 이제 겨우 상정됐을 정도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직권상정을 검토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김 의장은 여당으로부터 욕을 먹으면서도 지금까지 국회의 위상을 지키려고 꿋꿋하게 애써 왔다. 지난 1월 국회가 파국을 면하고 여야간에 합의가 이뤄졌던 것도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힘입은 바 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타협을 외면한 채 힘으로만 밀어붙이려고 하는 여당의 들러리를 서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국회가 민주주의 전당으로 남느냐 아니면 힘 대결의 장소로 전락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김 의장에게 달렸다. 역사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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