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27 19:44
수정 : 2009.02.27 19:44
사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특사가 다음주 한·중·일·러 등 6자 회담 참가국을 순방한다. 또 미국의 회담 수석대표에는 성 김 국무부 북핵특사가 임명됐다. 앞서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주 북한을 찾아 6자 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려는 외교 노력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태도다. 미국이 어떤 접근방식으로 얼마나 애쓰느냐에 따라 전체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포괄 접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순방은 이를 구체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행동 대 행동이라는 6자 회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전처럼 논의를 너무 세분화해서는 지루한 공방이 되풀이되기 쉽다. 참가국들의 개별적 이해관계가 포괄 협상이라는 큰틀을 가로막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당장은 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북한 주장대로 인공위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발사되면 대북 제재 추진과 6자 회담 동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보즈워스 특사는 이번에 북한 쪽과도 반드시 만나기를 바란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데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자칫 미국이 북한의 고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말하는 핵 폐기 조건에 대해 진지하게 들을 준비가 돼 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발전적 논의 틀을 짜지 못하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더 싸늘해질 것이다.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사일 발사 준비 중단이다.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가 그제 ‘인공위성 발사’ 강행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상호 신뢰의 폭을 좁히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는 포괄 접근과 북-미 접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북-미 대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힘을 보태기는커녕 거꾸로 동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 관계 진전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남북관계를 풀 책임은 어디까지나 남북 당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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