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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1 20:16 수정 : 2009.03.01 20:16

사설

10일 전국 학교에서 일제히 치르려던 진단평가를 오는 31일 표집 학생(0.5%)을 상대로 치르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조작 파동 속에서 각 학교와 교육청이 성적 재집계만으로도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또 일제고사로 진단평가를 치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제고사의 파국적 폐해는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결정이 경쟁지상주의 교육정책의 상징인 일제고사를 퇴출시키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경쟁지상주의자들 틈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전문가들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이번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일제고사와는 다르다며 변명거리를 찾으려 애쓴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르다. 시·도교육청이 주관하고, 교직원이나 학교에 대한 평가와는 관계없고, 교수 방법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등에서 그렇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의 중1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히 치러진 진단평가는 더 지독한 일제고사였다. 서울, 부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선 학생 성적표에 과목별 지역 및 학교 석차백분율을 공개했다. 이 성적을 수준별 이동수업, 즉 우열반 수업에 이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학교 평균 점수와 지역 평균 점수도 공개해 학교 서열화에 이용되도록 했다.

아이들을 시험지옥으로 몰아넣고, 인성·창의성 등 전인교육을 추방하고, 학교와 교사에 무능 낙인을 찍어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따위의 일제고사 폐해는 이미 수없이 지적됐다. 이번 일제고사는 실제 학교에는 전국적인 성적 조작으로, 그리고 가계에는 사교육비 폭증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절반’은 대통령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가 밀어붙인 경쟁지상주의 교육정책은 역대 최고의 사교육비 폭탄으로 떨어진 것이다. 통계청 조사로는 지난해 사교육비 상승률은 도시 근로자 가구의 경우 18.2%에 이르렀다. 실질 소득 및 실질 소비지출의 감소 속에서 증가한 것이라곤 교육비(8%) 정도였는데, 사교육비 영향이 80%를 웃돌았다. 특수목적 중고교 확대, 대학입시 자율화 등과 함께 일제고사는 사교육비 폭증의 주범이었다.

일제고사의 폐해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됐고 또 예상할 수 있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결과 정책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이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길은 최대한 빨리 일제고사를 포기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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