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1 20:18
수정 : 2009.03.01 20:18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감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지난주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 예산안 발표, 주례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30년간 미국 사회·경제 정책을 지배한 시장근본주의 이념에서 벗어나 1960년대 ‘위대한 사회’나 30년대 뉴딜 정책을 연상시키는 큰 방향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시도는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경제위기 극복 노력 및 대외정책 전환과 함께 진행될 이번 개혁의 핵심은 의료, 교육, 에너지 분야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6340억달러(95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4800만명이 넘어 ‘복지 후진국’으로 불리는 현실을 근원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의 절반인 3180억달러는 부유층에 대한 새로운 세금으로 충당된다. 연간 소득 20만달러가 넘는 가구와 대기업, 자본소득자 등이 주요 대상이다.
오바마의 계획은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로 초래된 사회·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통합과 성장 동력 확충으로 이어질 새 틀을 짜나가는 의미가 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려 국민 복지를 확충하고 부의 재분배를 꾀하는 것은 민주당의 전통 노선과도 일치한다. “지금까지 해온 똑같은 것을 하거나 조금씩 나아가기 위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는 위기를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기회로 바꾸려는 결의가 느껴진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대체로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의 구상을 실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선 올해 1조7500억달러(국내총생산의 12.3%)에 이를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 내년 성장률을 3.2%로 잡은 것도 너무 낙관적이다. 예산안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심해져 큰 줄기가 바뀌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벌써부터 공화당 쪽에서는 오바마가 계급전쟁을 도발했다고 벼르고 있다.
오바마 개혁은 역사적 타당성과 국민적 정당성을 갖는다. 신자유주의 본산지인 미국에서 그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자본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 체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 아래 새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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