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2 19:57
수정 : 2009.03.02 19:57
사설
경기후퇴가 심각하다.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생산이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한때 안정되는 듯했던 금융시장도 다시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이 지난해 1월보다 무려 25.6%나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다. 원-달러 환율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1600원선을 넘어설 태세다. 종합주가지수도 100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지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극심한 고통에 빠진다. 고통의 정도차는 있겠지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증산층이나 서민층 두루 마찬가지다. 이런 때일수록 고통을 적절하게 나눠 지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 계층에 고통이 전가될 경우, 사회적 분열이 가속돼 경제적 위기는 정치·사회 위기를 불러온다. 정치·사회 위기는 다시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게 조세정책이다. 위기 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들이 세금 부담을 더 지는 게 상식이다. 서민층들은 생계가 위협받는 한계선상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종부세 감면’으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부유층 증세’를 추진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 정반대다.
최근 진행되는 대졸 신입사원 임금 삭감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사실상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약자다. 이들의 임금은 일방적으로 깎으면서 기존 임직원, 특히 최고경영자들의 급여는 거의 손대지 않는 것은, 경제위기로 말미암은 고통을 약자에게 떠넘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올해 주총에서 등기이사들의 보수한도를 줄인 기업은 없고, 몇몇 대기업들은 오히려 더 올렸다고 한다. 비록 실제 지급한 급여가 아니라 ‘한도’라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 기득권층들이 고통을 나눠 지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물론 고통 분담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고통이 사회적 약자에 치우치면 위기 극복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고통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 극복에 필수적인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의 고통 분담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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