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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3 19:34 수정 : 2009.03.03 19:34

사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했다는 ‘국회 폭력 엄단’ 발언은, 국회를 바라보는 정부의 오만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국회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헌법기관이 아니라 검찰의 중점수사 대상에 오른 조폭 조직과 다를 게 없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을 이렇게 능멸해도 되는 건지, 그런데도 검찰 수사를 자꾸 애걸하는 국회의원은 도대체 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김 장관은 “입법부 자율권을 존중해 법적 조처를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국회에서의 폭력적 행태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엄정한 대처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는 의정활동에 불만을 품은 외부인사가 의원을 집단 폭행하거나 당직자가 의원에게 폭력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고도 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군부가 ‘무질서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참다 못해’ 쿠데타를 일으킬 때 하는 말을 연상시킨다.

국회 폭력을 모조리 싸잡아 비난하는 태도는, 그가 과연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춘 사람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폭력’이라고 해서 부부싸움과 자동차 추돌사고로 생긴 실랑이, 조폭끼리의 칼부림이 다 같은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외부인의 의원 폭행과,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끼리 실랑이하는 게 같은 순 없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모든 상황을 과도하게 단순화해 국회를 ‘폭력의 천국’인 양 묘사한 뒤 ‘국회내 폭력’에 대한 검찰권 행사를 주장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벌어지는 몸싸움도 ‘입법활동을 이유로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 해당돼 무조건 수사 대상이 된다. 물론 국회 폭력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론 도를 넘은 폭력에 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이어야 하고, 우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국회의 본령이다.

김 장관이 노리는 바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엠비(MB)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입과 손발을 묶자는 심산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스스로 검찰권 보호 아래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여야간 싸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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