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3 19:35
수정 : 2009.03.03 19:35
사설
어제 한때 1600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로 마감했지만 시장에는 불안감이 그득하다.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단기적인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마저 약화된” 상황인 듯하다. 외환당국은 이런 때일수록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단단히 중심을 잡고 대처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사상 최대의 공적 자금을 조성했으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실적 부진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여기에 동유럽 몇몇 나라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직면하고 유럽연합 긴급 정상회의에서 동유럽 구제기금 조성이 무산되면서 그 여파가 증폭되고 있다. 금융 불안에 더해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월 한 차례 0.5%로 낮춘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더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새롭게 밀려오는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을 비롯한 국외이며, 따라서 어떻게 진행되고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외환 보유액은 석 달 만에 감소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2천억달러선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흑자를 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줄면서 생기는 일종의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이마저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외채는 지난해 후반부터 감소세로 돌았으며, 외채상환 능력은 충분한 수준이어서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일부 분석이나 보도는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에 정부의 설명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뢰밭처럼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지표상의 낙관론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다급해진 외국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세계경제 불황이 가속화할 경우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노출될 위험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신뢰를 구축하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섣부른 시장개입 같은 대증요법은 피하고, 통화교환 확대와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을 통해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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