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4 19:08
수정 : 2009.03.04 19:08
사설
정부가 이달 말까지 국회에 낼 예정으로 짜고 있는 추경예산 규모가 천정부지로 커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국내총생산의 3%가 넘는 30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운을 뗐고, 임태희 정책위 의장도 내수 진작에 실질적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파격 예산을 편성하자는 게 당의 생각이라며 동조했다.
기획재정부는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각 부처의 추경안을 받아 잠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자리, 민생 안정,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수출기업 지원, 미래 성장동력 등이 큰 범주이고, 현금이나 소비쿠폰제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한 것으로 봐서 이른바 ‘슈퍼 추경’을 짜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추경은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물경제 위축과 대량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공조하고 합심해 동시에 재정확대 정책을 펴자며 글로벌 딜을 제안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져 추경 규모를 넉넉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옳아 보인다. 그러나 돈이 꼭 필요한 곳부터 따져야지 총액 규모부터 정하는 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으로 결정해 버리면 씀씀이가 헤퍼지고 뒤탈이 날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안은 세입·세출 양면에서 허점투성이다. 그런 식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이 “재정은 일종의 불쏘시개인데 이걸 장작처럼 쓰겠다고 하면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 경고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33%로 3% 정도 빚을 더 내도 버틸 만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부채로 잡히지 않는 공공기관 빚까지 포함하면 국가 채무비율은 7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이어서 재정 건전성도 우려된다.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민간자금이 경색되고 증시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따른다.
재정 적자는 국민 모두의 빚으로 선심 쓰듯 돈을 풀 일이 아니다. 추경은 곧 부자 감세로 세수를 줄여놓고 국민 대부분의 부담을 늘리는 꼴이다. 따라서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긴급한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 그 효과가 확실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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