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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9:09 수정 : 2009.03.04 19:09

사설

결국, 재벌의 고삐가 완전히 풀렸다. 그제 끝난 2월 국회에서, 재벌 계열사들에 적용되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로써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을 막을 정책 수단이 모두 사라졌다.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처리는 이번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여당은 3월 국회를 열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태세다.

출총제가 폐지됨에 따라 삼성전자 등 31개 재벌 계열사들은 액수 제한 없이 새로운 사업에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출총제 폐지로 재벌들이 신규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현재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출총제보다는 불투명한 경제상황에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찾지 못한 원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출총제 폐지로 투자 확대보다는 재벌들의 부실 계열사 지원이라는 폐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 투자 여력이 있는 재벌 기업이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출자를 하게 되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잘못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된다. 출총제가 잠시 폐지됐던 외환위기 때 이미 이런 부작용을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보완 대책 없이 출총제를 폐지한 정부·여당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출총제 폐지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비록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지만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완강하다. 이미 법사위까지 가 있는 개정안 내용을 보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높이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산업자본의 지분이 최대 20%인 사모투자펀드(PEF)도 금융 주력자로 인정해 은행지분을 한도 없이 소유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들의 은행 소유가 가능해진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면, 재벌이 은행을 이용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더욱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 외국자본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외국자본만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은행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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