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5 22:10
수정 : 2009.03.05 22:10
사설
국가인권위는 업무의 특성상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인권위의 조직 개편이나 인원 조정 등 운영 역시 인권위에 맡겨놓는 것이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초기에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감사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행정안전부는 “인권위가 요구하지 않는데 행안부가 단독으로 직제 개정을 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의 규정상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지역사무소와 관련해서도 “기존 본부의 업무 분담뿐 아니라 신규 업무량의 증가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18명 순증을 통한 지역사무소 설치는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태도는 지난해 후반 들어 돌변했다. 조직과 인원을 한때 절반까지 줄이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며, 결국 지난달 인권위 조직을 현행 5국 22과에서 3국 10과로 줄이고, 부산·광주·대구 지역사무소를 폐지해 정원을 208명에서 146명까지 감축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그동안 인권위 업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앞으로도 업무가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지역사무소를 없애는 등 기구와 인원을 축소할 게 아니라 도리어 늘려야 할 판이다. 또, 행안부는 인권위를 축소하라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말이 안 된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회 답변에서 “조직을 정비하라고만 했을 뿐 인원을 줄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유가 뭔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행안부의 태도가 바뀐 때를 즈음해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인권위의 결정이 있었다. 당시 경찰을 비롯해 정부 쪽에서는 인권위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보복성 조처로 정부가 느닷없이 타율 규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알맞다. 이 정부가 인권위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왔던 점을 고려하면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근거 없는 억측이라면 이를 잠재울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인권위 축소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하면 된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조차 정부 방침에 우려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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