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5 22:11
수정 : 2009.03.05 22:11
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그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방송>(MBC)의 언론 관계법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등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해당 보도내용들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뉴스 후’에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뉴스데스크’에는 ‘경고’, 그리고 ‘시사매거진 2580’에는 ‘권고’를 각각 결정했다.
그러나 공정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것은 문화방송이 아니라 심의위 자체다.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한 언론 관계법에 대해선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한다.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음모가 숨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런 인식은 정부·여당이 자초했다.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말썽 많은 법안을 불쑥 내민 뒤 이를 일자리 창출법안이라고 선전했던 정부·여당은, 재벌방송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재벌 참여 비율을 0%로 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다. 그들은 이렇듯 자신들의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리고서도 국민 뜻이야 어떻든 법안을 기필코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걸맞은 이유를 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며 국민 뜻을 무시한 채 일방독주를 하는 정권을 견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판단을 돕는 일은 언론 본연의 임무가 아닐 수 없다. 문화방송의 언론 관계법 보도들은 이런 의무를 다한 것이다. 그런데도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앵커의 발언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은 균형을 잃은 결정이다.
언론이 사회적 쟁점을 다룰 때 공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의 잣대로 잴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공론의 장에서 만나 건강한 여론을 형성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성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심의위가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지금의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정부·여당이 추천하는 위원이 전체 위원의 3분의 2나 되는 심의위에서 공정하고 균형잡힌 심의를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정권 들어서 심의위의 심의결과들이 하나같이 시비에 휘말린 까닭이기도 하다. 심의 때마다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는 이런 식의 제도는 없애는 게 낫다. 선진국에서도 이미 유물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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