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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6 19:50 수정 : 2009.03.06 19:50

사설

문화부는 엊그제 불법복제 및 유통 웹하드나 피투피(P2P) 등에 직업적으로 불법 저작물을 올린 ‘헤비 업로더’ 61명을 붙잡아 39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단속이 올해도 시작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3월부터 100일 동안 17만여건을 단속했고, 그 전해도 마찬가지였다. 지침은 매년 강화되지만, 불법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최근엔 독립영화 <워낭소리>마저 불법복제돼 인터넷을 떠돌기 시작해, 지금은 일본과 미국에까지 넘어갔다고 한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니 가만둘 리 없겠지만, <워낭소리>의 경우엔 가슴이 쓰리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 오로지 좋은 영화 한 편을 위해 혼신을 쏟아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분신 혹은 영혼과도 같은 존재인데, 그것이 싸구려 잡동사니와 함께 암시장을 떠도는 걸 보고 느끼는 제작자의 심정이 어떨까. 고영재 피디가 유출·유포자, 불법 내려받기 사이트 및 업로더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 심정을 알 만하다.

이런 도덕적 분노를 넘어 더 우려스러운 것은 불법 복제, 불법 내려받기로 비롯된 문화 콘텐츠 제작 기반의 붕괴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상업영화 <과속 스캔들>도 이미 불법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영화도 이미 붕괴한 음반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불법 음반시장은 합법시장보다 세 배나 규모가 컸다. 영화의 불법시장도 3600억원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매년 50%씩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법 복제는, 1차 시장에는 극장 관객 감소로 나타나지만 디브이디(DVD), 비디오 등 2차 판권시장은 아예 붕괴시켜 버린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 비디오나 디브이디 출시를 포기했다. 판권시장이 망가지면 영화사는 오로지 극장에 매달리고, 극장은 홍보를 많이 한 영화를 선호한다. 영화 제작비용 상승으로 상업영화도 위축되지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 영화의 다양성을 잃은 한국 영화는 버틸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다른 문화 상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의 문화는 영혼이고 또 밥이다. 그 기반을 지키는 데 어떤 노력도 아껴선 안 된다. 단속과 규제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용자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정부의 각별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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