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08 22:23 수정 : 2009.03.08 22:23

사설

정부의 방송 통제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과 진행자(앵커) 발언 등을 두고 중징계를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가 이제는 아예 ‘방송 보도지침’까지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의 보도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방송 보도에 하나하나 간섭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학자들이 심의위의 의뢰를 받아 만들어 지난달 심의위에 보고한 방송프로그램의 ‘공정성 기준’이란 걸 보면 정부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다. ‘공정성 기준’에는, “논쟁적 사안을 다룰 땐 주요 견해를 다양하고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 “뉴스는 카메라 앵글 및 영상처리 방식 등에서 불편부당해야 한다”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언뜻 보면 썩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실제 현실에 적용되면 방송의 제작 자율성은 많은 제약을 받고,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언론 관련법을 보자. 심의위에 보고된 이 ‘기준’에 맞춰 보도를 하려면, 언론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다양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심의위가 기계적 공정성을 강조하며 찬반 의견을 동등하게 보도하게 하면, 언론법 개정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국민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언론법 개정이 갖는 많은 문제점 등을 낱낱이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언론법 개정에 비판적인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뉴스를 보도할 때 카메라 앵글이나 영상처리 방식 등에서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는 방송의 제작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게 된다. 취재와 보도 방식까지 세세하게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기자나 피디 등 방송 제작자들을 사실상 ‘방송 로봇’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방송 보도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심의위는 ‘공정성 기준’을 만든다는 명분 아래 방송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다. 심의위는 언론학자들이 만든 ‘공정성 기준’을 방송 심의규정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심의위가 이를 강행하면, 이는 5공식 ‘보도지침’의 부활을 자인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