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9 19:35
수정 : 2009.03.09 19:35
사설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북한이 한-미 키리졸브 합동 군사연습(9~20일)을 이유로 어제 군 통신선을 차단해 남북 사이 유선 연락수단이 끊겼다. 함정 사이 무선통신망(핫라인)도 이미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상태여서, 남북 의사소통 수단이 사실상 모두 끊긴 셈이다. 당국 차원의 일상적 접촉은 거의 하지 못하고 확성기로 서로 비난하던 냉전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당장 군 통신선을 사용해 인력과 물자의 왕래 절차를 처리해 온 개성공단 업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어제 방북할 예정이던 수백명이 가지 못했고, 지금 개성에 있는 남쪽 사람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금강산·개성 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개성공단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공장을 가동중인 남쪽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개성공단을 담보로 한 북쪽의 일방적 조처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북쪽은 이번 조처를 일단 키리졸브 군사연습 기간으로 한정하고 있다. 북쪽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한 극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번 조처는 남쪽 민항기에 대한 지난 5일 북쪽 조평통의 경고와 그 이전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 선언의 연장선에 있다. 남북관계에서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쪽은 군사연습 이후에도 새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키리졸브 연습은 2007년까지의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대체하는 전시대비 연례 군사훈련이며, 1994년 이전에는 팀스피리트 훈련이 행해졌다. 북쪽은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도 한-미 군사연습을 비난했으나 이번처럼 통신선을 끊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전시 준비태세 명령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북쪽 태도가 예전 팀스피리트 훈련 때와 비슷해진 주된 이유는 남북관계 악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번 나빠진 관계가 더 심한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악순환 구도다.
정부는 북쪽이 제풀에 지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이는 잘못이다.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남북관계가 나빠져 버리면 서로 자극하고 비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게 된다. 이것이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일 수는 없다. 남북이 치러야 할 사회·경제·국제정치적 비용도 커진다. 정부는 늦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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