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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9 19:38 수정 : 2009.03.09 19:38

사설

엊그제 서울역에서 용산참사 추모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 일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 10여명이 폭행당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한 경찰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으며 무전기를 빼앗기고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빼앗긴 일도 있었다.

목격자들 말로는, ‘용산참사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촛불문화제는 별다른 마찰 없이 끝났으며, 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시위대를 경찰들이 막아서면서 산발적으로 충돌이 일어났다고 한다. 경찰뿐 아니라 시위대도 일부 폭행을 당하고 연행되기도 했다. 경위야 어떻든 폭행이 빚어진 것은 불행한 일이다. 시위대 일부가 일선 경찰에 분풀이하듯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공권력에 대한 폭력과 도전이라며 시위대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어제 취임한 강희락 경찰청장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관련자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법질서가 무너졌다며 경찰 쪽 얘기만 듣고 상황을 심하게 과장·왜곡하고 있다. 카드를 빼앗긴 경찰관조차, 풍기는 모습이 노숙자나 사회 불만 세력같이 보였으며, 이런 사람들이 과연 일반 시위대일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는데도, 마치 시위대가 강탈까지 한 것처럼 몰아가는 게 그런 예다.

시위대를 자극하고 충돌을 일으킨 데는 경찰 책임이 크다. 용산 참사 범대위 말로는, 문화제를 마치고 돌아가던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길을 막는 바람에 충돌이 일어났다고 한다. 거리를 행진하는데 경찰들이 갑자기 몰려와 사람들을 연행하려 했고, 시위 참가자들이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서로 엉키고 밀쳤다는 것이다.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난 것으로 미루어 경찰이 무단 제지를 하지 않았다면 충돌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나 사건수습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검찰은 과잉진압으로 참사를 부른 경찰에 면죄부를 줬고, 경찰은 유족들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거리로 나서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부당한 공권력을 단죄하지 않고 희생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니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족들은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아직도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장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울 게 아니라 참사의 근본 원인과 책임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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