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1 19:32
수정 : 2009.03.11 19:32
사설
공기업에 이어 민간기업과 단체에도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임 원장에 내정된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활동한 ‘이명박 사람’이다. 이 전력은 정부와 무관한 민간 연구기관의 장으로서는 오히려 중대한 결격 사유다. 정권 입김 없이는 불가능한 인사다. 지난달 말 무역협회 회장에 선임된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경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회원사들의 반대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에 눌리고 말았다.
민영기업인 케이티(KT) 경우에는 정도가 더 심하다. 케이티는 곧 합병될 케이티에프(KTF)의 자회사인 엠하우스 사장에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을 ‘영입’했다. 말이 좋아 영입이지 사실상 낙하산 투하다. 김씨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팀장을 지냈다. 사장부터 낙하산으로 내려온 케이티에는 정권 공신들이 곳곳에 있다. 이태규 경영연구소 전무와 서종열 미디어본부장, 이춘호 허증수 사외이사가 그들이다. 이 전무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서 본부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더구나 이 정부의 낙하산에는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케이티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춘호씨는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와 축소신고 의혹으로 물러났으며, 허씨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인천시로부터 장어 향응을 받았다가 중도하차했다. 민간기업에는 도덕성이 없어도 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케이티뿐이겠는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다른 기업에도 정권에 줄댄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소문 없이 이미 자리를 꿰찬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들 민간기업은 공공기관과 달리 외부 감시를 덜 받는 반면에 월급은 훨씬 많아 오히려 실속이 있어 낙하산 대상자들이 공기업보다 더 선호한다고 한다.
민간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낙하산 인사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당협위원장 경쟁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정부 기관이나 좋은 요직”으로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정권 때도 낙하산이 성행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낙하산을 없애겠다는 야당시절 한나라당의 다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권이 바뀌었으면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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