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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9:34 수정 : 2009.03.11 19:34

사설

장애인에게 갈 보조금을 빼돌려 가로챈 서울 양천구청과 용산구청 공무원이 적발된 데 이어 전남 해남과 강원 춘천에서도 저소득층과 노인·장애인들에게 가야 할 돈을 착복한 공무원들이 적발됐다. 일부 지역 감사에서 이런 비리가 확인된 것을 보면 다른 지역이라고 다를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구명줄 같은 보조금을 가로챈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들이 돈을 빼돌릴 수 있는 여지가 존재했던 복지 전달체계와 그런 부정행위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게 만든 감사 제도의 허점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기초생활 보장 수급 대상자가 아닌 친·인척들을 대상자로 둔갑시키거나 수급 대상자에 줄 돈을 착복하는 방식을 썼다. 예를 들어, 전남 해남군 공무원은 가족과 지인 등을 대상자로 끼워넣어 5년간 3억6천만원을 빼돌렸고, 1600여명의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갈 생계·주거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가로채 6억4천만원을 횡령했다. 26억원의 장애인 지원금을 횡령한 양천구청 공무원 역시 같은 수법을 썼다. 이들은 횡령금액이 수십억대가 될 정도로 여러 해 동안 비리를 저질렀지만, 정기 감사 때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현재 복지 전달체계는 읍·면·동사무소에서 담당 공무원이 수혜 대상자를 파악해 시·군에 통보하고, 시·군은 이를 확인해 정부 복지행정 시스템에 등록하면, 매월 보건복지가족부가 수혜 대상자의 계좌에 지원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그러나 대상자가 많은데도 통합전산망은 갖춰지지 않아 공무원만으론 확인·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 수혜 대상자 선정 역시 일선 공무원의 보고만으로 판단할 뿐이다. 공무원들의 양심만 믿는 셈인데, 양심이 없는 공무원이 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단순집행하고 중앙정부는 그 집행을 감독할 장치를 갖지 못하는 현재의 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통합전산망을 신속하게 꾸려 수급권자 확인과 관리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지자체도 기습감사 등을 통해 관리책임을 다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집단이 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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