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2 20:38
수정 : 2009.03.12 20:38
사설
북한이 관련 국제규약에 가입하고 국제기구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조처를 취했다고 어제 밝혔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이뤄진 1998년 ‘광명성 1호 인공위성’ 발사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국제사회는 당시 이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받아들였다.
북한이 무엇을 쏠지는 당일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인공위성이더라도 궤도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사전에 필요한 조처를 취하고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국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여러 나라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으나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최근에는 핵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도 인공위성을 발사했으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발사체가 인공위성이든 장거리 미사일이든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한·미·일 정부의 견해는 관철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인공위성이든 장거리 미사일이든 무력시위와 대미 협상력 높이기, 내부 결속이라는 북한 의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임을 강조하는 데는 명분 확보와 더불어 파국은 피하겠다는 나름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순수한 뜻의 인공위성 발사라 하더라도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태도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중·일 순방 기간에 북한의 초청을 받지 못해 방북에 실패한 것이 그런 사례다. 미국 새 행정부가 전향적 대북정책을 검토하는데도 대화를 피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 발사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9년 전에 미사일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지금은 특히 일방적 행동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삼가야 할 때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지 않은 채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6자 회담 재개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힘의 과시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관련국들 사이의 진지한 대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