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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결과로 보여줘야 할 ‘상생’ |
근래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어쨌든 반길 일이다. 올 들어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 발표가 잇따랐고,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개선 대책을 내놨다. 어제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4대 그룹 회장,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가’가 열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얻은 과실을 나눠 갖는 성과 공유제를 비롯해 많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이 그룹 총수들의 다짐을 받고 연말에 성과를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마침 이날 민주노동당이 ‘불공정 하도급 근절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사례를 담은 백서를 발표했는데, 일방적 단가 인하 등 대기업 횡포에 시달린 중소기업인들의 원망이 가득했다고 한다. 굳이 백서가 아니라도 하청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전횡이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낳은 오랜 병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실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불러모아 당부하고 약속을 받아내는 회의를 하는 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반감이 일어 역효과가 날 수 있고, 효과가 있다 해도 반짝시늉으로 끝난 전례를 수없이 봐온 터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 기대를 거는 것은, 대기업-중소기업 문제가 우리경제의 화두로 떠올랐고, 재벌 총수들도 거듭 언급하는 등 분위기가 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가 이 문제를 특정해 머리를 맞댄 것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번지르르한 행사나 말잔치가 아니라 결과다. 특히 튼튼한 하청기업 없이는 대기업도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 전환이 없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가 해소되기 어렵다. 그래서 재벌 총수들이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길 다시 한번 촉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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