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사이에 정부 차원의 역사 공동 연구가 진행되거나 관련 학회의 공동 세미나가 이어진 적은 있지만, 시민사회 진영이 모여 세 나라의 공동 역사교재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수년에 걸친 끈질긴 토의 끝에 이견을 좁혀가며 성과물을 낸 관계자들의 노고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역사란 자국 중심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 교재를 공유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수구적 배타주의자들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지금 유행어처럼 통용되는 ‘동북아 공동체’나 ‘동북아의 화해와 협력’은 뿌리깊게 남아 있는 역사적 앙금들을 말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새 역사 교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열린 시각으로 지역 전체를 바라보게 해 상호이해의 자세를 북돋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새 교재는 여러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어 계속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다루는 분야가 근·현대사에 한정돼 있고 북한이나 대만의 연구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논의 틀과 주제 범위를 어떻게 확대해나갈지를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소극적 전망을 할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시민사회의 성숙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에너지가 계속 퍼져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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