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3 19:09
수정 : 2009.03.13 19:09
사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그는 어제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정치 현장에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최종 결심에 앞서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자주 바뀌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고 끝에 나온 그의 결정은 국민이나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그가 속한 정당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대선 주자를 지낸 사람이 고향에서 국회의원 한번 더 해서 뭘 하자는 거냐’다. 당 지도부 등에서는 공천을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그와 가까운 의원들조차 반대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당사자는 이를 ‘정면 돌파’할 태세라고 하니 당 지도부와 정면 대결 가능성도 있다.
정 전 장관을 전주에 공천하는 게 민주당의 수도권 득표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또, 그의 국회 진출이 민주당 전력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도 상관할 바 아니다. 다만,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 국회의원 출마 여부를 놓고 자신이 속한 정당 사람들과 다투는 모습은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지금은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해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때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와 추락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후보로 출마해 고정 지지층의 표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정 전 장관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내가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우연히 선거가 열렸기 때문에 나간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정 전 장관은 지난해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서 출마해서 떨어진 바 있다. 한번 선택한 지역구를 쉽게 버리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다른 사정이 생기면 또 지역구를 바꿀 게 아닌가.
정 전 장관은 “그동안 개인의 이익보다는 내 손해를 감수했다”며 희생을 감내하는 정치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편한 길’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귀국 뒤에 많은 지지자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현명하게 행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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