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3 19:10
수정 : 2009.03.13 19:10
사설
방송법 등 언론 관련 쟁점법안에 대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미디어국민위)가 어제 출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미디어국민위의 앞날을 우려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제 열린 첫 회의에서 미디어국민위의 위상과 운영 방식 등을 놓고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미디어국민위를 자문기구로 한정하려는 여당 추천 위원들에 맞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국민 여론이 입법 과정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고, 회의 공개 여부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미디어국민위는 한나라당이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법안 처리를 두 차례나 강행하려다가 불발로 끝나자 여·야 합의로 구성한 것이다. 171석의 거대여당이 각종 물리력까지 동원했음에도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한 까닭은 국민의 3분의 2가 이들 법안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로 의심하며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미디어국민위의 과제는,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의심받는 한나라당 법안을 넘어서서 미디어 산업의 급변에 대응하면서도 공정하고 다양한 공론의 장을 유지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제투성이인 한나라당 법안의 자구나 수정하고, 반영될지도 불투명한 건의나 하자고 20명이나 되는 전문가들을 불러모을 필요는 없다.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지명 위원들이 조·중·동 방송 허용을 위한 요식행위로 미디어국민위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현판을 달지 않는 게 낫다.
이런 우려를 씻고 미디어국민위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선 참여 위원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 언론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 방법은 회의 공개다. 자신들의 고민의 궤적을 소상히 알림으로써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굳이 반대한다면 공연히 의심을 사게 된다.
아울러 미디어국민위의 논의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위를 자문기구로 한정하고 위원회의 논의와 법안은 별개라는 주장을 계속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입법 의도가 의심되는 법안들의 강행처리를 시도했던 한나라당은 그 책임을 느끼고 미디어국민위에서 합의되는 내용을 입법과정에 구속력 있게 반영하겠다고 다짐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