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5 19:43
수정 : 2009.03.15 19:43
사설
북한이 지난 13일부터 남쪽 사람들의 개성공단 왕래를 다시 차단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북쪽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개성공단 사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남쪽 기업들은 이미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북쪽의 이번 조처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 남북 사이 합의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북쪽 스스로 만든 개성공업지구법에도 어긋난다. 남북 경제협력의 정신을 손상시키고 남쪽의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북쪽은 지난 9일 개성공단 통행을 하루 동안 차단하면서 한-미 키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들었다. 이 연습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개성공단 사업을 흔드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남북 경협의 모델인 개성공단이 실패한다면 어느 나라도 북쪽을 믿고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북쪽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당장 남쪽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임을 남쪽을 비롯해 지구촌 전체에 확신시켜야 한다. 통행이 풀리더라도 개성공단 업체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안심하고 일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북쪽의 기본적 책임이다. 정치·군사적 이유로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최대한 빨리 풀리도록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비현실적 낙관론에 기대어 안이하게 대응하거나 과도한 반응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대북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나빠진 남북 관계가 있고, 수시로 벌어지는 일을 ‘관리한다’는 자세로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키리졸브 연습은 20일 끝나지만 지금처럼 남북 사이 신뢰가 부족하다면 비슷한 일이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북쪽이 왜 유독 올해 한-미 군사연습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정부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까지 진행된 것만으로도 개성공단 사업은 많은 상처를 입었다. 개성공단이 이런 식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의 올바른 판단과 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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