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5 19:45
수정 : 2009.03.15 19:45
사설
다주택 보유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가 전면 폐지된다. 비사업용 토지 및 법인 보유 다주택에 대한 중과세도 함께 없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이미 양도세 중과를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크게 줄여줬다. 이제 양도세 중과까지 없앴으니, 부동산투기를 막아온 조세 장치는 사실상 해체된 셈이 된다.
정부는 이런 조처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자금 조달도 돕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부동산 가격 안정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워낙 심한 탓에 그런 단기적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면에 앞으로의 폐해는 불 보듯 분명하다.
무엇보다 투기 광풍을 막기 어렵게 됐다. 이번 조처로 주택 및 토지 보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가 장차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면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금리가 낮아진데다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만도 500조원이 넘는 터다. 세금 압박까지 벗게 된 ‘강부자’들이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면 경기 상승기엔 부동산 앙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되면 경기침체로 소득과 저축이 줄어들게 된 서민들로선 집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일은 우리 경제 체질을 더 나쁘게 만들고,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다. 눈앞의 불투명한 ‘반짝 효과’를 노려 그동안의 거품과 부실을 연장하거나 장차 치명적인 독이 될 ‘모르핀’을 자청해선 안 된다.
이번 조처가 조세정의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주거 목적 외의 부동산에 대한 투기와 그로 인한 불로소득은 조세정책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렵사리 합의한 원칙이다. 양도세는 부동산 보유세나 임대소득세 제도가 미약한 우리 사회에선 과세 공백을 메우는 구실을 했다. 그런 연원을 지닌 정책을 정부는 행정 조처만으로 간단히 무력화시켰다. 투기이익의 환수가 불가능해졌으니, ‘강부자’만을 위한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가 걱정되는 마당이다. 양도세 완화 몫을 어디서 벌충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투기 합법화와 단기부양책에만 급급하다간 자칫 게도 잃고 구럭도 잃게 된다. 국회는 정부의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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