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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5 19:46 수정 : 2009.03.15 19:47

사설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인들의 성상납과 기획사에 의한 소속 연예인 착취 등의 문제를 기록한 문건을 남겼다. 문건의 진위와 작성 배경에 관한 논란이 있어 아직 그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예계 관계자들은 장씨의 문건 내용이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를 폭로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특히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연기자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씨가 술시중 상대의 구체적 실명까지 거론한 데는 사실관계에 대한 자신이 있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사실이 명확하게 규명되기 전부터 이런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연예계의 병폐가 깊은 까닭이다. 몇 안 되는 스타가 될 꿈을 안고 연예계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리지만 이들을 제대로 키워낼 역량이 있는 연예기획사는 50여곳뿐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수백 곳의 군소기획사들이 난립하면서 캐스팅을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신인이나 그런 신인을 관리하는 기획사는 캐스팅을 담보로 한 감독이나 제작자들의 각종 접대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한다. 또 일부 연예인들은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유력 계층 인사와 성관계 등을 대가로 한 스폰서 계약을 맺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결국 스타를 꿈꾸는 허황된 동경과 난립한 기획사, 사회 유력 계층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의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권 감수성이 합작해 성상납이나 노예노동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행태들을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장씨도 문건에서 소속사로부터 술시중과 성상납을 강요받고 폭행을 당했을 뿐 아니라 활동 경비도 사비로 충당하도록 요구받는 등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제 장씨가 죽음을 통해 폭로한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연예계 악취의 근원을 없애는 일은 경찰의 몫으로 남았다. 실명이 거론된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 그 실태를 소상히 밝힘으로써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성상납 논란을 없애는 일도 경찰의 몫이다. 아울러 연예계는 이번 일을 철저한 자정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2, 제3의 장자연이 나오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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