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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6 20:30 수정 : 2009.03.16 20:30

사설

입학사정관제 돌풍이 분다. 연세대(1309명) 한양대(1031) 고려대(886) 한국외대(678) 성균관대(626) 등 주요 사립대학이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말 밝힌 계획보다 많게는 무려 26배까지 늘렸다. 점수로 줄 세워 뽑지 않고 인성·잠재력 등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라니, 대학들의 이런 표변을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배경과 진정성이다. 지난 정권도 이 제도 도입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 대학을 제외하고 이들 대학은 못 들은 척 외면했다. 이들을 돌변케 한 것은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다. 선도 대학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겠다고 한 것이 당근이라면, 사학의 각종 탈·불법 행태를 손에 쥐고 있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은 채찍이었다. 대학들은 재정 지원도 노리고, 정부의 눈총에서도 벗어나고자 숫자 늘리기 경쟁에 나선 것이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건 당연하다. 위의 대학들은 현재 사정관이 불과 10명도 안 된다. 확충 계획도 불투명하다. 이들이 수험생 수만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기준도 원칙도, 하다못해 윤리준칙도 없다. 그저 잡다한 특별전형들을 끌어모아 입학사정관제라는 겉옷만 입히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두 날을 가진 칼이다. 발전적인 면과 함께 퇴행의 소지도 크다. 잠재 역량까지 종합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대학은 고교등급제 적용 등의 유혹에 빠진다.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선발, 그리고 투철한 윤리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긁어 부스럼이다.

대학도 정부도 문제다. 대학은 호시탐탐 고교 등급제 적용 등 변칙 기회만 노렸다. 정부는 섣부른 대입 자율화의 실패를 이 제도로 미봉하려 한다. 괴물을 낳을 결합인 것이다.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선 안 된다. 괴물 출현보다는 포기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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