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8 21:13
수정 : 2009.03.18 21:13
사설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가 곧 이뤄질 모양이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어제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4월 재보선과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바로 (투기지역 해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경기대책이나 조세정책 측면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조처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매우 상징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상황에 따라 다른 지역에 대한 투기 억제 정책은 풀었다 죄었다를 반복했지만 강남 3구에 대한 규제 정책은 비교적 굳건히 지켜 왔다. 이 지역에 대한 규제를 푼다는 것은 사실상 부동산투기를 허용하고 조장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바야흐로 그런 시대가 왔음을 정부가 공식 선언한 셈이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려면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 곳곳에서 땅 파고 집 짓다 보면, 건설회사나 건자재상, 건설노동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경기 활성화보다는 투기 수요 활성화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설사 건설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이에 기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은 우리 경제를 거품경제로 만들겠다는 말과 같다. 한정된 재원을 비생산적인 건설 쪽에 쏠리게 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 윤 실장은 앞으로 세제를 부동산가격 안정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비쳤다. 하지만 그동안 보유세나 양도세 중과 등 강력한 부동산 세제가 집값 안정에 기여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더욱이 부동산 세제는 불로소득에 중과세함으로써 부의 재분배 기능도 해왔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에서 보듯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 방침까지 후퇴한다면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된다. 이는 부동산 부자들과 서민들의 소득 격차를 벌려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투기 억제 장치는 완전히 해체될 지경에 놓였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오히려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더욱이 경실련의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이런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사와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들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눈앞의 효과를 위해 경제 전반을 멍들게 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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