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8 21:15
수정 : 2009.03.18 21:15
사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09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어제 일본팀을 꺾고 4강에 올랐다. 3년 전 첫 대회에 이은 쾌거다. 감격도 그때 못잖다.
한국팀의 4강 진출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욱 장하고 대견하다. 경쟁 상대인 일본만 해도 프로야구의 역사나 야구문화, 사회적 기반이 우리와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의 고교야구팀 수는 몇 십 년째 50개 안팎에 머물러 있지만, 일본의 고교야구팀은 4000개를 넘고 사회인 야구 동호인도 수백만명에 이른다. 한국엔 없는 돔구장이 일본엔 여섯개나 있을 정도로 기반시설에도 큰 격차가 있다. 그런 일본을 잇달아, 그것도 더는 군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통쾌하게 이겼으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승리를 일군 가장 큰 힘은 국내리그 출신 젊은 선수들의 단결과 도전정신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다른 나라 대표팀들과 달리, 한국 대표팀은 대부분 국내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이다. 여러 해 활약해온 노장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지면서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대거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런 선수들이 자신보다 팀을 앞세우는 팀워크와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 승리를 이뤘다. 자신의 공을 믿고 거침없이 승부를 겨룬 투수들, 몸을 던지는 협력 플레이로 위기를 막아낸 내·외야수, 기다리기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나선 타자들이 바로 그러했다. 상대인 일본 선수들이 앞선 야구 기술과 연륜, 명성에도 도망치는 듯한 경기 운영과 자신감 잃은 태도로 패배를 자초한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고비마다 힘을 응집해 이겨낸 우리 국민의 저력이 바로 우리 대표팀의 지금 모습이다.
승리를 이끈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도 감탄스럽다. 김 감독은 그동안에도 경기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선수를 기용하는 빼어난 용병술을 보였다. 어제 일본과의 경기 8회초 실점 위기에서 그는, 지난 7일 일본과의 올해 첫 대결 때 8점이나 잃으며 난타당한 젊은 투수 김광현을 등판시켰다. 선수에 대한 신뢰와 뚝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젊은 선수의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려는 속 깊은 배려도 보인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와 정치적 퇴행 상황에선, 다른 분야에서도 봤으면 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대표팀의 기세가 이어져 우승까지 내닫기를 기대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