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19 22:29
수정 : 2009.03.19 22:29
사설
지난 15일 한국인 관광객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이어 그제 그 사건을 조사·수습하러 예멘에 간 신속대응팀과 유가족에 대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들이 한국인을 겨냥한 계획적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아직 100%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두 번이나 사건이 발생한 만큼 표적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이 국제 테러집단 알카에다의 표적이 됐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 대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알카에다는 예멘을 비롯해 3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전세계를 무대로 테러를 벌이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특히 국외에서 활동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는 등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따라 왔다. 그 결과 2004년에는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참수되고, 2년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교회 신도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비극을 겪었다. 당시 납치범들은 한국군 철수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두 지역에서 병력을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아프간에 병력을 확충해 알카에다 테러조직을 뿌리뽑겠다는 목표를 내건 미국 새 행정부는 한국군 재파병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재파병에 대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국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물론 한 나라의 주요 대외정책을 테러집단의 위협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을 비롯한 그동안의 우리 대중동 정책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선 대중동 정책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만, 이전 조지 부시 정권에선 대이슬람 적대정책으로 테러리스트를 양산해 냈다. 우리 정부가 이런 정책에 들러리를 서왔기 때문에 무고한 국민을 잠재적 테러 대상으로 내몰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정부 인사들은 아프간 재파병을 주장하는 그릇된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두번째 테러가 예멘에서 가장 치안이 안정되고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다시금 테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는 예멘 당국에 각별한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어디에 살든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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